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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밑성형 |
작성일 |
26-10-04 08:07 |
조회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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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피민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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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위험은 거짓말이 정교해졌다는 데만 있지 않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마음에도 있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믿고 있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가짜뉴스와 확증편향을 떠올리게 하는 오페라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텔로'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비극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베네치아군의 전쟁 영웅 오텔로는 부하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파국을 맞는다.
1887년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열린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세계 초연에서 오텔로 역을 맡은 테너 프란체스코 타마뇨. /출처=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오텔로의 부하 이아고는 자신이 아닌 카시오가 진급한 데 불만을 품고 오텔로를 무너뜨리기로 결심한다. 그가 선택한 무기는 칼이나 독이 아니다. 오텔로의 부인 데스데모나와 카시오가 불륜관계라는 '의심'이다.
이아고가 파고든 빈틈에는 오텔로가 베네치아 사회의 이방인이라는 사실도 있었다. 그는 전쟁에서 공을 세운 영웅이지만 출신 성분이 무어인이다. 자신의 부인이자 젊은 귀족 여성 데스데모나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오텔로의 불안도 이아고가 의심을 키울 수 있게 만드는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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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고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거짓으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카시오가 데스데모나에게 자신의 복직을 부탁한 것은 사실이다. 데스데모나가 남편에게 카시오를 다시 부하로 받아달라고 청한 것도 사실이다. 이아고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재료로 삼아 그 사이에 거짓과 의심을 끼워 넣는다.
결정적 매개체는 손수건이다. 데스데모나가 떨어뜨린 손수건을 이아고가 손에 넣고 카시오의 숙소로 들어가게 만든다. 카시오는 자신의 방에서 이 손수건을 발견한다. 이미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한 오텔로에게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은 더 이상 우연히 옮겨간 물건이 아니다. 불륜을 확신하게 만드는 '증거'다.
이아고가 무서운 것은 완전한 거짓 하나를 만들어내서가 아니다. 몇 조각의 사실과 거짓을 섞어 오텔로가 스스로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도록 만든다는 데 있다.
이 지。에서 '오텔로'는 단순한 치정극을 넘어선다. 오늘날 허위·조작정보도 실제 사진이나 영상, 발언 일부를 다른 맥락에 놓거나 사실 사이에 잘못된 인과관계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인간의 심리가 가세한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믿음이나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작게 평가하는 '확증편향'이다.
이아고가 의심을 심었다면 그것을 확신으로 키운 것은 오텔로 자신이었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 /출처=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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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온 작은 의심이 질투가 되고, 질투가 확신으로 굳어지고, 결국 살인으로 치닫는 과정을 음악으로 그려냈다.
오페라는 서곡도 없이 거센 폭풍으로 시작한다. 바람과 파도, 번개를 표현하는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뒤흔든다. 키프로스 사람들은 폭풍 속을 헤치고 돌아오는 오텔로의 배를 바라본다. 마침내 등장한 오텔로는 적을 물리쳤다며 승리를 선언한다. 오텔로는 바다의 폭풍마저 이겨낸 영웅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된 폭풍 앞에서는 무너진다.
2막에서 이아고가 부르는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는 그의 본성을 드러내는 음악이다. 셰익스피어 원작에 그대로 존재하는 독백이 아니라 대본가 아리고 보이토와 베르디가 오페라를 위해 새로 만든 대목이다. 거칠게 내리치는 오케스트라와 반음계적으로 움직이는 선율, 짧게 끊기는 리듬이 인간을 불신하는 이아고의 냉소를 드러낸다.
반대로 죽음을 앞둔 데스데모나의 음악은 조용해진다. 4막 침실에서 그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버드나무의 노래'를 부른 뒤 성모에게 기도하는 '아베 마리아'를 읊조린다.
이아고의 말에서 시작된 의심이 오텔로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확신으로 부풀어가는 동안 진실을 말하는 데스데모나의 목소리는 。。 더 작아진다.
1887년 라 스칼라에서 초연된 오텔로 1막 무대 그림. 거센 풍랑을 뚫고 배를 타고 도착한 오텔로를 찾을 수 있다. 작자 미상 /출처=퍼블릭 도메인 Wokimedea Commons.
오텔로는 결국 아내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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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진실을 알게 된다.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가 손수건이 계략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오텔로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이야기는 이아고가 설계하고 자신이 완성한 거짓이었다.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데스데모나를 되살릴 방법이 없다. 오텔로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AI 시대의 가짜뉴스도 결국 기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정교한 거짓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면 힘을 갖기 어렵다. 반대로 불안과 편견, 의심이 먼저 자리 잡은 사람에게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의 정보가 주어지면 작은 단서 하나도 확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거대한 비극의 서사를 만날 무대가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린다. 10~11일 부산콘서트홀에서는 정명훈 지휘로 콘서트오페라 '오텔로'가 공연된다. 부산콘서트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클래식부산이 직접 기획·제작하는 무대로, 테너 그레고리 쿤데가 오텔로를, 바리톤 젤리코 루치치가 이아고를 맡는다.
139년 전 이아고에게는 AI도 딥페이크도 없었다. 필요한 것은 몇 조각의 사실과 그 사이에 끼워 넣을 거짓, 그리고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오텔로였다.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가 오늘의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런것이다. 무서운 것은 가짜뉴스인가. 아니면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마음인가.
100~200년 전 탄생한 명작 오페라에는 오늘의 사건사고를 보는 듯한 비극이 담겨 있습니다. 스토킹과 교제살인, 빈곤과 계급 갈등, 가짜뉴스와 권력 남용까지. <오페라 사회학>은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인간 사회의 비극과 모순을 오페라로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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